[특별인터뷰ㅣ오마에 겐이치] “중산층 세금 확 낮추면 한국경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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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 미스트 특별인터뷰
[특별인터뷰ㅣ오마에 겐이치] “중산층 세금 확 낮추면 한국경제 산다” 2만 달러 시대 맞는 내수 활성화 필요… 획기적인 세금정책 도입할 때 글 도쿄=김국진 기자 (bitkuni@joins.com)
우리는 하루를 살면서 얼마나 많은 선택을 할까? 복잡한 교통 상황에서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 점심 때 누구와 무엇을 먹을 것인가 등 사소한 고민에서부터 전직을 할 것인가, 창업을 할 것인가 등 중요한 진로 문제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선택을 끊임없이 한다.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국가경영 역시 선택의 연속이다. 이러한 선택을 빠르고 명쾌하게 했을 때 좋은 결과가 나타난다. 하지만 엉뚱한 방향으로 선택했을 때 비참한 결과가 초래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지난 30여년간 날카롭고 정확한 분석력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경영 컨설턴트 오마에 겐이치(大前硏一)는 “우리가 직면하게 되는 다양한 문제들은 정형화된 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논리적 사고(logical thinking)를 바탕으로 한 창의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런 생각은 매킨지 & 컴퍼니 아시아태평양지국 회장까지 역임한 그의 컨설턴트 경험 속에서 축적된 것이다.
그렇다면 2005년 한국 경제의 문제점과 나라를 짊어진 40~50대의 고민을 논리적 사고로 풀어보면 어떤 진단과 처방이 나올 것인가. 이코노미스트는 ‘논리적 사고’의 전도사인 오마에를 최근 도쿄 치요다(千代田)구 로쿠반(六番) 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사양업종이라고 말하는 것은 가설에 불과
매킨지 시절부터 ‘논리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는데 일반인들에겐 그것이 부족하다는 말씀입니까.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그것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그것이 ‘논리적 사고’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제 해결을 위한 사고회로가 부족해요. 즉흥적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면서 그것이 해결책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논리적 사고는 기업을 경영할 때도 필요하겠군요. 어떤 점에 신경을 써야 합니까.
“가설과 결론을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많은 컨설턴트가 기업에 조언을 할 때 이 두 가지를 혼동하는 우를 범합니다. 예컨대 ‘이 업종은 사양길에 있다’라는 판단은 어디까지나 가설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사양길에 있기 때문에 포기하는 것이 좋다’라는 조언은 결론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죠. 치밀한 데이터 분석과 증거 수집 등을 통해 최선의 결론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어둠 속에서 해결책을 발견할 수 있어요. 해결책이 아니라 현상만 나열하는 것은 결론이 될 수 없습니다.”
시장을 잘 읽고 의사결정 빠른 게 한국기업 장점
국가경영 또한 논리적 사고로 생각해보면 방향이 보이겠군요. 국민소득 1만3000달러 정도의 한국이 향후 10년간 어떠한 전략을 취해야 할까요.
“한국은 지금까지 ‘일본을 따라잡자, 일본을 추월하자’라고 외치며 성장을 계속해왔습니다. 그 결과 훌륭한 경제적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냉정히 생각해보면 한국이 일본을 발전모델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한국은 공작기계나 금형기계 등을 만드는 기간 부품산업이 일본에 비해 훨씬 뒤떨어져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일본의 ‘마치코바(町工場:변두리의 작은 공장들)’처럼 규모는 작아도 기술만은 세계 제일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기초기술을 연구개발하는 곳이 별로 없어요.
대부분 일본에서 기계부품을 구입해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죠. 대신 한국 기업들은 일본의 마치코바를 잘 연구하고 그 기술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 능합니다. 요즘 보면 한국은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와 같은 신흥경제국 시장에서 강한 것 같습니다. 그것은 한국 기업들이 마케팅에 강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의사결정이 빠르고, 시장을 잘 읽는 것이 한국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일본을 경쟁상대로 보기보다는 공존의 상대로 보고 잘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전략일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대만은 아주 잘 해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대만은 자국 브랜드 만들기를 포기하고 세계의 기업을 상대로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대만 사람들은 외국어에 능합니다. 중국어는 물론 일본어도 아주 잘하고, 영어는 한국이나 일본 사람보다 나아요. 그래서 세계의 기업들과 아무 문제 없이 사업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현재 발목 잡혀있는 한국경제를 풀어보려면 어떠한 선택을 생각할 수 있을까요.
“한국 기업들은 앞으로 자국 시장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수출 일변도로 경제를 키워왔지만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가 되려면 그에 걸맞은 국내 시장을 만들 필요가 있어요. 내수를 활성화시키려면 세금 정책이 달라져야 합니다. 자산가에 대한 세금은 높이는 대신 중산층의 세금을 획기적으로 낮춰 소비를 유발시켜야 하는 것이죠. 국내 기업들은 외자기업과의 경쟁에서 자국시장을 빼앗기지 않도록 다방면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 다음엔 북한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관건입니다. 지금 단계에서는 독일처럼 하나의 국가가 되는 것은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큽니다. 북한 전체를 하나의 경제특구로 만들어 저렴하고 우수한 노동력을 활용하는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어요. 하지만 이 문제는 북한 쪽의 정치적 판단이 선행돼야 하겠죠. 바람직하지 못한 시나리오도 있습니다. 원화가 지금보다 2배 이상 올랐을 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한국기업이 과연 몇 곳 있을까 걱정입니다. 경영자들이 골치 아픈 기업 경영을 그만두고 돈을 챙겨 소일하거나 해외로 나가버리는 현상이 벌어진다면 한국의 경쟁력은 급격하게 떨어질 것입니다.”
원천기술 있어야 급격한 환율 변동에도 생존 .일본 샐러리맨들은 올 여름 평균 80만엔씩 보너스를 받아 편안한 휴가를 즐기게 됐다고 들었습니다. 경기가 회복됐나요.
“오랜 구조조정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겠죠. 주식도 서서히 오르고 있지만 일본경제가 완전히 회복됐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닙니다. 주식이 오르는 것은 세 가지 특수 때문입니다. 하나는 중국 특수입니다. 중국의 경제성장에 따른 인프라 투자가 급증해 죽어가고 있던 일본의 산업들이 되살아났어요. 한마디로 ‘비아그라 특수’죠. 중국은 지금 고속도로·교량·빌딩 등 건설 붐이 불어 그 영향이 일본에까지 미치고 있습니다.
15년 전에 이미 공장 문을 닫을 처지에 몰렸던 철강·알루미늄 등의 업계가 호경기로 돌아섰어요. 일본의 철강업계는 피크 때 연간 1억5000만 t 이상 생산했지만 불황 때문에 8000만t까지 추락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1억t까지 다시 늘어났어요. 그 다음엔 디지털 가전, 사무기기, 조립기계, 공작기계 특수입니다. 이 또한 중국과 관계 있지만 20년 전부터 세계적으로 일본이 강했던 업종입니다.
사무기기와 디지털 카메라, DVD 등 디지털 가전은 일본이 세계시장에서 7~9할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어요. 로봇·공작기계 등도 일본이 압도적으로 강합니다. 이런 산업은 부활한 것이 아니라 본래 일본이 강했던 분야가 중국특수로 인해 더욱 불이 붙은 것이죠. 나머지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일본 국내의 특수입니다. 객 단가 3000~5000엔의 레스토랑에 손님이 몰리고, 1만 엔짜리 소주가 팔리고, 고급 온천여관이 꽉 차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요즘 일본인들은 비일상적이고 화제가 되는 곳에서는 주머니를 엽니다."
중국이 마침내 위안화를 절상했는데 한국이나 일본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절상 폭이 2% 정도에 불과해 영향은 미미합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절상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한국은 유의해야 합니다. 위안화가 50% 정도 절상된다면 중국과의 경쟁에서 견디기 힘든 한국기업이 속출할 겁니다. 그에 비해 일본 기업들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일본 기업들은 플라자 합의 당시 달러당 235엔에서 94년에 79엔까지 오르는 등 4배나 되는 급격한 엔고 속에서도 살아남았습니다. 기업들의 뼈를 깎는 노력도 있었지만 원천적인 기술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죠. 중국이 번성하면 번성할수록,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일본에서 공작기계나 기간부품을 구입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일본으로선 오히려 유리할 수 있어요.”
부동산 정책 잘못 써 장기불황 겪은 일본 교훈 삼아야
한국에는 부자 5%가 전체 토지의 83%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부동산 문제가 심각합니다. 과거 부동산 버블 붕괴를 경험한 일본에서 교훈을 얻을 수 없을까요.
“부동산값이 오르는 것은 근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때문입니다. 공급이 모자라면 값이 오르게 되죠. 그런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서만 칼을 대기 때문에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입니다. 논리적 사고가 결여된 것이죠. 정부는 공급을 늘려 빨리 수급 균형을 잡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과거 일본처럼 부동산값을 잡는다고 ‘캐피털 게인 택스(Capital gain tax:자본이득세)’를 강화한다든지 총량규제나 창구규제를 강화하는 일만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자유로운 시장의 흐름을 막아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일본 대장성은 부동산값이 급등하자 금융기관의 부동산 관련 대출 증가율을 총대출 증가율 이내로 규제하는 부동산 대출의 ‘총량규제’를 실시했습니다. 그리고 일반인들의 부동산 관련 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은행 문턱을 높이는 ‘창구규제’도 병행했습니다.
그 결과 부동산 시장이 꽁꽁 얼어붙어버렸습니다. 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 집값은 점점 떨어져 피크 때의 10분의 1까지 떨어졌습니다. 규제 때문에 시장 전체가 멈춰버렸고, 시장이 소멸해 거의 5년간 부동산 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않게 된 것이죠. 이리하여 일본은 200조엔이나 되는 막대한 부실채권을 안게 되었고, 이를 처리하느라 ‘잃어버린 10년’ 세월을 보내고 만 것입니다. 일본 정부가 그때 총량규제나 창구규제를 하지 않고 유연한 금리정책이나 토지 취득에 대한 우대조치 등을 실시하여 시장의 원리를 지켜나갔다면 연착륙했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군요.”
구체적으로 부동산의 수급 균형을 맞추기 위한 방법이 있습니까.
"미국 캘리포니아주 같은 곳에서는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의 시가에 대해 1%나 되는 세금을 매년 거둬들입니다. 100억원 가치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면 매년 1억원의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이죠. 대신 소득세를 폐지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필요 없는 부동산이 시중에 많이 나올 것이고, 샐러리맨과 같은 일반인들에게 여유가 생겨 필요한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어쨌든 시장을 통해 수급 균형을 맞추는 방법을 생각해야지 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을 잡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해요.”
퇴직금 쏟아 부어 창업하면 성공 확률 적어
50세 전후가 되면 샐러리맨들은 싫든 좋든 ‘회사인생’을 끝낼 준비를 해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그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어 이들의 고민이 많아요.
“샐러리맨 생활의 짐 정리를 50세 전후에 시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회사가 없어질 위험은 상존하고 있으며, 갑자기 자회사나 관계사로 전출될 수도 있고 구조조정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창업을 희망한다면 굳이 정년퇴직 후로 미룰 필요가 없습니다. 어떤 분야든 업무에 대한 노하우는 10년 정도면 대충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30대 정도에 창업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년 후에 창업하겠다고 파이팅 자세를 보이는 50대가 의외로 많은데 퇴직금을 쏟아 부어 창업하는 것은 말리고 싶습니다.
창업에 열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퇴직까지 견디지 못하고 벌써 뛰쳐나갔을 것입니다. 50세까지 샐러리맨 생활을 계속했다면 사업가의 소질보다는 회사 생활에 길들여진 사람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런 사람이 퇴직금을 쏟아 부어 창업해 봐야 성공확률은 희박합니다. 50대는 회사인생을 끝내고 제2의 인생을 행동에 옮길 때입니다. 인간은 ‘50대까지 노력했지만 여기까지밖에 못 왔다’ ‘이제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 때 비로소 삶에 대해 깨닫게 됩니다.”
오마에 겐이치 경영 컨설턴트
1943년 후쿠오카生와세다대 이공학부, 도쿄공업대학대학원 졸업미 MIT대학원을 거쳐
1970년 히타치제작소 입사
1972년 매킨지 & 컴퍼니 입사 후 아태지구 회장 역임
현재 미 UCLA대학원 정책학부 교수오마에 & 어소시에이츠 대표이사
저서: 『기업 참모』『헤이세이 유신』『차이나 임팩트』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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